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38
3
21.11.01 22:19

우선 콘테의 축구가 어떤 방식으로 구조를 만들어내고 활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는 백3시스템이 가진 우수성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barca2.pn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일전에 공간론에서 가장 이상적인 포메이션으로 크루이프의 3331을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정삼각형의 연쇄를 필드 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내면서 필드를 가장 넓게 커버할 수 있는 대형이 크루이프 3331이라는 것이었죠. 

sd.jp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그런데 이 3331에는 대단히 큰 약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구조적 우수성과 긴밀성을 위해서 중앙 공간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측면의 커버가 약해진다는 것이었죠. 크루이프 3331의 좌우 경첩 미드필더는 백3의 좌우 측면 공간을 커버하기에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림10.pn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그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후대의 전술가들은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필드 위에서 죽은 공간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프사이드룰이 만들어지고 통용되면서 골키퍼를 제외한 최종수비수의 아래 공간은 죽은 공간이 되었고, 공격수 역시 상대 수비진이 만드는 라인의 아래에서 움직이게 되었죠. 즉, 축구 경기장은 터치 라인을 따라 형성되는 길이가 골라인을 따라 만들어지는 폭보다 긴 형태의 직사각형이지만 실제로 경기에서 볼이 움직이는 공간은 공을 중심으로 상대 수비라인부터 우리 수비라인까지로 길이에서 제한이 이뤄진다는 것이죠.

그림11.jp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그렇게 종적인 간격을 좁혀놓고 보기 시작하자 전술가들은 이제 크루이프의 3331 대형을 눕혀서 배치하는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3331이 경기장의 절대적인 크기를 따라 가장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라면, 그걸 눕혀놓은 구조는 마찬가지 우수성을 지니면서도 살아있는 실질적 공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죠. 

 

 

Captura-de-pantalla-2019-01-04-a-las-8.34.43.webp.ren.jp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그렇게 만들어진 전형이 343의 대형전개 방식이고, 빌드업을 중시하는 많은 감독들이 백3를 사용하는 근저에는 크루이프의 3331이 가진 구조적 긴밀성, 즉, 편재된 패스 루트와 공간 배분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라볼피아나니, 조나미스타니 백4 베이스 전술에서 후방 빌드업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백3 대형을 취하는 방법론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죠.

 

56b5094e6a1b2f88bb6802af4a9b1e83d436f4ed.jpe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그래서 콘테의 철학의 핵심을 간략히 표현하자면 ‘공간의 최대 활용’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343이나 352가 가진 빌드업에서의 이점을 활용하여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으로 볼을 보내면서 빌드업 국면에 후방에서 만들어진 수적 우위를 전방으로 옮겨 공격작업을 마무리 짓고자 하죠. 콘테가 백4보다는 백3에서 더 두각을 드러내는 이유도 그의 축구가 시작하는 출발점이 후방에서의 우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포어리베로처럼 활용하는 백4의 빌드업 패턴과는 숫자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죠.

 

그림12.pn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일단 빌드업 작업을 시작하면 콘테는 좌우 센터백을 넓게 펼쳐서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할 수 있는 준비를 합니다. 상대의 측면 공격수들은 좌우로 펼쳐선 센터백에게 직접 압박을 가할지, 아니면 윙백을 잡아야 할지 이지선다 상황에 놓이게 되죠. 여기서 센터백에게 압박이 가해지면 윙백에게로의 패스 루트가 열리게 되고, 윙백에게 압박이 가해지면 좌우 센터백이 프리하게 볼을 받고 전진하며 공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림13.pn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즉, 상대가 콘테의 백3 빌드업 대형을 전방에서부터 끊어내고 싶다면 좌우 사이드백을 윙백 위치까지 높게 끌어올려서 측면 뒷공간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당연히 이 경우 콘테는 공격수들을 넓게 돌아 뛰게 만드는 방식으로 바로 그 공간을 타격할 수 있습니다

그림14.pn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그리고 만약 이 단계까지의 빌드업 작업이 마무리된다면 백3의 중앙 수비수가 전진하거나 레지스타가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는 방식으로 다음 단계에서의 수적 우위를 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패스 선택지를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이 레지스타가 핵심이 되는데요. 이 선수의 앞에 여전히 좌우 윙백과 중앙 미드필더들이 넓게 펼쳐서 있기에 여기서의 공격 선택지 선정이 어느 채널로 볼을 전개할 것인가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리고 이 선수에게 자유도를 주기 위해서 콘테는 주로 한 명의 공격수를 상대 미드필드와 수비진 사이로 떨어뜨려 자연히 전진압박이 후퇴하도록 유도하죠. 

 

 

그림15.pn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그럼 레지스타는 자신의 앞에 최소 5개의 루트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돌려 말하자면 상대는 이 루트 각각을 모두 막기 위해서 5명의 선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죠. 당연히 수비 대형을 유지한 상태에서는 레지스타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이 힘들어집니다. 

 

(이런 역할의 경우 첼시 343에서는 주로 후방 3의 중앙에 서는 다비드 루이스가 전진하며 수행, 인테르에서는 352의 중원 후방꼭지점에 서는 브로조비치가 수행)

그림16.pn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여기까지 작업이 마무리되었다면 그다음부터는 간단한 삼자연계가 기본이 됩니다. 볼을 받아주는 선수가 내려오며 공을 받고, 공을 내어주는 선수와 그 주변의 선수들은 반대로 침투움직임을 가져가면서 볼을 대각선 방향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죠. 볼을 받은 선수는 전진하는 자신의 측면 방향 선수가 그대로 흐름을 살려 전진할 수 있도록 가볍게 볼을 돌려놓거나 아니면 자신에게 볼을 내어준 선수가 전진한 위치에서 리턴패스를 받을 수 있도록 축의 역할을 하면서 전체적인 대형의 전진을 이뤄냅니다. 템포를 급속도로 끌어올리면서 후방에서의 우위를 전방에서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 되죠.

그림17.pn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공격작업 역시 이러한 큰 기조를 따라서 역행적으로 움직이는 선수가 상대를 끌어당기면 다른 선수들이 그 공간으로 침투하는 방식을 잘 활용합니다. 

그림18.pn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이것은 비단 중앙에서 공격수들끼리 연계하는 방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중앙공격수가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적용이 되는데요. 이를 통해 윙백이 안쪽으로 침투해 들어가도록 유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측면에서 이지선다 상황을 유도하여 크로스로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는 패턴을 만들기 위함도 있습니다. 실제로 좌우 윙백을 활용하여 경기장을 넓게 활용하는 특성으로 인하여 콘테의 팀은 좌우 스위칭과 크로스 빈도에서 자주 상위권에 랭크되곤 하죠.

 

 

 

 

그림19.pn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레지스타가 공을 길게 전개하며 속공 패턴으로 나갈 때는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 다른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때는 팀 단위의 삼자연계보다는 공격수들의 저돌성에 조금 더 의존하는 양상이 나타나는데요. 힘과 높이를 갖췄음에도 타겟터보다는 전진하는 로밍형 포워드에 가까웠던 루카쿠를 영입하여 종래에는 타겟맨의 입무 수행까지 가능하게 키워냈던 것처럼 높이나 정지상황의 홀드업 능력보다는 상대의 라인을 누르고 전진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하여 요구가 됩니다. 물론 크로스가 많이 활용되는 전술적 특성상 여기에 타겟터로써의 역량까지 갖출 수 있다면 완벽하겠죠.

9d3772dd03759f1d0c4277c71aa5799b.pn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리그 20개팀중 PPDA 지표(낮을수록 압박의 강도가 강함을 의미, 일반적으로 전방압박을 많이 시도하는 상위권 팀일수록 이 지표가 낮고 하위권팀일수록 높게 나타남)가 8위 였을 정도로 수비적인 선택을 자주 가져간 콘테의 첼시

 

한편 수비 상황의 경우 콘테의 축구는 높은 위치에서 전진압박을 추구하기보다는 후방에서 대형을 갖추고 상대를 막아 세우는 것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당연히 롱패스를 통한 역습이든, 짧은 연쇄전개를 통한 단계적 전진의 지공이든 후방의 수적 우위를 전방으로 이전시키는 것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콘테 전술의 특성과 일맥상통하는 것인데요. 전방압박이 주를 이루는 독일계 전술가 감독들과는 달리 대형을 우선 후퇴시키는 성향이기에 당연히 수비적인 접근 방식을 활용한다는 꼬리표가 붙곤 합니다.

 

 

그림20.png [전술분석] 콘테가 공간을 요리하는 방법

정리하자면, 콘테는 백3 시스템의 후방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연쇄적으로 전방으로 이동시키며 공격을 전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중앙 수비수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맡게 될 레지스타 롤의 선수입니다. 레지스타가 볼을 짧게 전진시키면 거기서부터 템포가 급격히 빨라져 3자 연계와 대형의 전진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고, 중앙에서의 공격이 여의치 않으면 측면에서 윙백을 중심으로 크로스와 스위칭 플레이를 자주 활용하곤 하죠. 레지스타에게서 최전방으로 직접 연결되는 속공패턴의 경우 공격수들의 저돌성이 크게 중시되는 경향이 있으며 수비는 강한 전방압박보다는 대형의 복귀를 통한 후방의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댓글
3
우찌하여씹상타치
21.11.01 22:21
0
0
6번 롤은 영입이 필요할듯
순대간
21.11.01 22:21
0
0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유키무라
21.11.02 04:34
0
0
잘 몰라서 그러는데 콘테는 한 팀에 오래 있는 걸 싫어하나
자유게시판
바르샤 창피하지도않냐 ㅋㅋ위약금을깍아달라니
+1
2년 전
61
파워볼의신
맨체스터 시티 10월 이 달의 선수 후보
+3
2년 전
117
된장님의원장찌개
커리어 역대 최악의 폼 위기의 얀 오블락
+2
2년 전
55
승준오빠
포체티노: "메시가 발롱도르 탈 것 같다고 하니까 음바페와 네이마르가 자기들은 왜 안되냐고 하더라구요"
+5
2년 전
62
옥황상재
브라질 대표팀, 11월 월드컵 예선 2연전에 나설 명단 발표
+4
2년 전
47
나이팅게힐
한국사 고인물도 틀리는 문제
+8
2년 전
69
월영
코스프레 덕에 53kg뺀 오타쿠
+9
2년 전
55
따따따부러
피르미누 "내가 더 나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클롭 덕분"
+8
2년 전
80
청춘법사
올 시즌 모하메드 살라의 기록과 2011/2012시즌 리오넬 메시의 기록을 비교해보자
+13
2년 전
66
자박꼼
어제자 행복야구 끝내기
+5
2년 전
65
동원쿨피스
황희찬 "내가 울버햄턴 외모 2위"
+2
2년 전
47
제로콜라
삼성 최채흥의 존예 여동생
+6
2년 전
53
산소부족
크보 낭만의 시대
+2
2년 전
53
홍삼한방
앞으로 교체 선수 5인 규정 영구화 권고
+3
2년 전
35
소고기와컵라면
22년전 오늘 있었던 일
+6
2년 전
82
와에와예
조지나 쌍둥이 임신 ㄷㄷ
+2
2년 전
81
한폴낙그만하자
오늘의 라리가 순위표 ㅋ
+3
2년 전
38
조선제일찍신
프랑스 축구 천재 출신 ‘ 나스리 충격 근황 ‘
+2
2년 전
54
문신돼지국밥형
로메로: "토트넘에 있다는 것이 정말 기뻐요!"
+5
2년 전
44
세밀히면밀히
라우테로 마르티네즈 인테르와 재계약
+6
2년 전
105
아무리생강캐도난마늘
레벨 랭킹
포인트 랭킹
rank 0 icon
아린아린이
LV. 50
rank 1 icon
하얼빈장첸
LV. 50
rank 2 icon
김박사
LV. 50
4
아르곤
LV. 50
5
은꼴♥
LV. 50
6
메인픽스터
LV. 50
7
BMOA메인픽스터
LV. 39
8
언더사랑
LV. 36
9
초야
LV. 36
10
스윗구마
LV. 34
logo
Telegram_logo
@betmoa
Copyright (C) 벳모아 - All rights reserved. 토토사이트 꽁머니 먹튀 검증 커뮤니티 안전한 메이저 놀이터 네임드 스포츠 프로토
Close menu
전체 메뉴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