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롭 재계약의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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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9 19:37

8C373759-4E33-43ED-A646-DB45C3968322.webp.ren.jpg [디 애슬레틱] 클롭 재계약의 뒷이야기

프레시필드 펍(The Freshfield Pub. 영국 리버풀 폼피에 위치한 호프/생맥주집. 평점 4.2점 : 역주)에 두 친구녀석이 앉아서 노가리를 까고 있었다. 

한 녀석은 안필드에서 에버튼이 리버풀에게 패배하며 강등이 현실로 다가온 에버튼의 팬이었고, 다른 한 녀석은 리버풀 팬이었다. 

한 공간에 다른 구단을 응원하는 팬 두 사람이 함께 자리를 잡고 먹고 마셨다. 하루 종일 분노 모드였던 에버튼 팬 친구를 본 리버풀 팬은 이제 우리 다른 이야기를 하자며 한 잔을 건넸다. 

건네며 화제 전환을 시도해봤지만, 펍 주인장이 리모콘을 들고 머지사이드 더비 재방송을 틀자 분위기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버렸다. 두 친구는 축구 말고 다른 화제를 찾아보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과 클롭의 에이전트인 마르크 코시케가 펍 안으로 들어왔다. 리버풀 팬이었던 그 친구는 쪼르르 달려가 2-0으로 승리한 머지사이드 더비에 대한 회포를 풀었다. 클롭의 대답은 이랬다. "어우야 머지사이드 더비 이거 세번은 못하겠더라 ㅋㅋ"

그 말에 결국 그 에버튼 팬도 피식 웃고 말았다. 

폼비(Formby. 머지사이드 주 북쪽 해안가에 위치한 도시 : 역주)에서의 삶을 즐길 줄 아는 클롭은 평범한 하룻날엔 폼피에서 일상을 보낸다. 

해안가에 조성된 소나무 숲을 후드 티를 쓰며 유유자적하지만, 사람들은 189cm에 달하는 키 때문에 후드 티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누군지 금세 알아차린다. 옆에 같이 다니는 동물 때문이기도 하다. 애완견 엠마와 산책하는 클롭은 집에서 엠마 없이는 못살 정도다. 

소규모의 교외인 폼비에 거주하는 거주민들에게 클롭은 유명인사지만,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사생활을 존중하며 거리를 둔다.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미담은 삽시간에 퍼지는 법이다. 

코로나가 발생하고 감염병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클롭과 아내인 울라는 폼비 일대에 위치한 병원과 거주민들에게 웨이트로즈 바우처를 전달했다. 덕분에 쉴틈없던 NHS(영국의 국민의료공단) 직원들은 생각할 거리 하나를 줄일 수 있었다. 

이걸 하자고 먼저 의견을 꺼낸 사람은 아내인 울라였고, 클롭에게 아내의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6-8주 전 클롭은 부엌에 있던 울라에게 여기서 지금처럼 살고 싶냐고 넌지시 물어봤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울라는 "어." 라고 대답했다. 울라가 이렇게 대답한 도화선은 다름 아닌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 원정을 울라가 원정석에서 직관했던 게 결정타였다. 

리버풀 팬들이 울라를 보고 "I Feel Fine"이란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비틀즈의 노래를 기본으로 클롭에게 헌정하는 응원가다. 그 응원가를 듣고 울라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울라는 그 날 클롭이 이런 류의 활력과 열정을 벗어나 인생을 흘려 보낼 순 없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초 클롭의 계획은 2년 뒤인 2024년 독일로 귀국한다는 것이었다. 허나 독일에 집을 짓고 있는 클롭과 클롭의 아내가 2024년에 그 집에 가는 일은 이제 없다. 

클롭이 재고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코로나였다. 클롭은 코로나로 자신의 감독 커리어의 18개월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축구 내외적으로 악재가 겹겹히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점철된 시기를 보내며 리버풀 감독 이후의 일상, 절반 뿐인 은퇴 생활, 처음이자 모든 관계를 이어준 축구와의 단절을 고민한 클롭은 위 문제를 다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작년 여름 챔피언스리그 일정으로 8주의 휴식을 받은 클롭은 가족들을 만나고 해외여행을 다니며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고 다녔다. 어머니의 작고 등 가정사를 겪고 멸망 직전까지 갔던 20-21시즌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는 기회였다. 

클롭은 자신을 보좌해준 핵심 구단 자원들을 챙겨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축구 감독으로서 제 몫을 너무 하지 못해서 구단의 호의에 보답하지 못했다고 여긴 클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 관계자들이 자신을 신경써주고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21-22시즌이 순탄하게 흘러가자 클롭은 자신의 향후 거취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클롭은 내년 가을 즈음에나 구단과 향후 거취에 대해 논의하리라 내다봤지만 2주 전부터 리버풀의 4관왕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주변 환경이 달라질 반년 뒤보다 지금이 협상을 논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했다. 

클롭은 에이전트인 코시케에게 전화를 걸었다. 존 헨리가 클롭의 잔류에 혹시 관심이 있는지, 회담을 할 의사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가을 재계약 협상에서 클롭을 설득해볼 생각이었던 FSG는 지금이 한 시즌 수확물을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인 만큼 클롭의 심기를 흐트러놓지 않고자 재계약 협상은 거리를 둔다는 방침을 세워둔 상황이었다. 재계약 협상으로 클롭이 압박을 받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을 원치 않아서였다. 

다시 말해 이번 재계약은 클롭의 의사가 적극 반영되었다. 클롭은 연봉 인상을 요구하지 않았고, FSG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재계약 절차를 밟았다. 클롭의 계약 조건은 이전 계약에서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조건은 계약 기간이 연장된 거 하나 뿐이다. 

코시케가 처음 재계약 관련 전화를 받은지 2주만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클롭이 지난 2주 동안 재계약 절차에서 신경 쓴 유일한 사안은 클롭 휘하에서 보좌하는 사단의 복지였다. 클롭 사단 중 한명이라도 이직을 원했다면 재계약 협상에 변화가 도래했겠지만, 사단 전체가 잔류를 희망했다. 

이번 재계약을 통하여 클롭의 휘하 사단 직원들은 총 2백만 파운드에 달하는 금액을 더 확보했다. 클롭이 가장 신경 쓴 사람은 수석코치인 펩 레인저스였다. 사단 일원 가운데 가장 어리지만 열정과 재능은 그 누구보다 빛난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코시케는 지난 일요일 리버풀에 도착해 다음 날 협상을 준비했다. 클롭의 이번 계약서에는 명시된 만료일 이전에 계약을 파기하는 조항은 없다. 단 계약 기간의 마지막 1년을 이행하는 건 원하지 않는다고 감독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조항은 존재한다. 허나 클롭 본인 스스로 자신이 구단에 필요하겠다 싶을 시 계약 기간은 명시된 만료일까지 이행된다. 

더불어 이번 계약서에는 타 구단 감독으로 이직하거나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고자 현 구단에서 사임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은 없다. 

이제 마무리지어야 할 수많은 사안들이 FSG에게로 넘어갔다. 

클롭은 14개월 뒤 계약이 끝나는 모하메드 살라와 사디오 마네 모두 잔류하길 바란다. 신임 단장으로 부임하는 줄리안 워드와 함께 잔류를 설파할 방도를 모색하고 있다. 

어제 발표된 클롭의 재계약과 마이클 에드워즈 현임 단장과는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 퇴단이 예정된 만큼 이렇다할 접점은 발생하지 않았다. 워드가 단장으로 부임하면 구단 내에서 클롭의 지위와 일상은 이전보다 한층 부드러워질 전망이다. 

구단 내부 관계자들은 클롭이 기존 계약 기간을 끝으로 퇴단했으면 구단 자체가 파국을 맞이했을 거라며 우려를 표했었다. 누구 하나 통제하지 못하는 파국이 매주 이어지는 상황을 말이다. 이번 클롭의 재계약으로 선수단이 어떤 영향을 받겠는가? 

교착 상태에 접어든 재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 살라는 재계약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분명 살라도 자신을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가공해준 감독과 더 오래 손을 잡고 싶어할 것이다. 

향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구상안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는데, 이와 관련하여 에이전트나 추후 영입생과 불편한 협상이 오고가진 않을 것이다. 

수위급 선수들과 장기 계약을 체결했고, 이 선수들 모두 전성기에 진입한 선수들이다. 그리고 유망주들도 커크비 신설 훈련장의 혜택을 톡톡히 보며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금의 왕국을 건설한 장본인인 클롭이 이 왕국의 지휘봉을 다른 이에게 건네주기에는 아직, 그리고 너무 이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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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루루룽
22.04.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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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줄부상으로 꼬라박은게 컸네 이게 클롭한테는 빚으로 남으면서 동기부여가 된듯 전화위복이네 ㅋ
돈들어손내놔
22.04.2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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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송이 클롭땜에 여기왔음ㅋㅋ이런 인터뷰도 얼추 알고 한걸까 싶기도 하고ㅋㅋㅋ
순대렐라
22.04.2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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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슬슬 하면서 팀 싸이클 이어가면 되겟네 굳굳
오봉이에유
22.04.2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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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이 팀을 만들어놨는데 코로나땜에 18개월을 날려? 못참지.
흑감자
22.04.2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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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해서 팀 꾸리고 위상 올려놨는데 휙 하고 남한테 넘긴다? 고건 안되징
드러누워
22.04.3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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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야 마네야 감독님 연장하셨다 너네도 도장 찍자
묘한녀자
22.04.3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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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롭 없는 리버풀 상상 못 하지 ㅋㅋ
럭키세븐
22.04.30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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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동상 하나 제작해라
기다리다유하
22.04.30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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